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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별이 졌다…'국민 아버지' 최불암, 한국 대중문화의 한 시대를 남기고 떠

2026-10-30 15:39 | 입력 :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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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박영한에서 '전원일기' 김 회장까지
연기생활 67년 대활약으로 국민의 마음에 깊이 남아

mbc드라마 전원일기의 한장면
mbc드라마 전원일기의 한장면 

한국 대중문화의 큰 별이 졌다. 오랜 세월 국민에게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사랑받았던 배우 최불암이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와 함께해 온 원로 배우의 별세 소식에 방송계와 대중문화계는 물론, 그를 기억하는 많은 시청자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최불암은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30일 유족을 통해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재활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연극 '햄릿'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1965년 국립극단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이어갔고, 1967년 방송계에 진출하면서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그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단연 MBC 드라마 '수사반장'이다.

1971년 첫 방송을 시작한 '수사반장'에서 그는 박영한 반장 역을 맡았다. 강압적인 권위보다는 인간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형사, 범죄를 해결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이해를 잃지 않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수사반장'은 1989년까지 이어지며 한국형 수사 드라마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최불암이 연기한 박영한은 단순한 드라마 속 형사를 넘어 정의와 양심을 상징하는 인물로 대중의 기억에 남았다.

그를 국민 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은 또 하나의 작품은 MBC '전원일기'였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22년간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최불암은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았다. 아내 김혜자와 함께 보여준 부부 연기는 당시 농촌의 가족과 이웃,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김 회장은 완벽한 아버지도, 권위만 앞세우는 가장도 아니었다. 때로는 엄격했지만 가족을 걱정하고 마을 사람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평범한 어른이었다. 최불암은 특유의 절제된 연기와 따뜻한 표정으로 그 인물을 살아 있는 사람처럼 그려냈다.

그의 연기는 특정 작품에 머물지 않았다. '그대 그리고 나'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에서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세계를 보여줬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목소리와 눈빛, 대사 사이의 여백은 그만의 연기적 개성이었다.

최불암은 연기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랜 시간 시청자와 함께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고, 2011년부터 2025년까지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그는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지역의 음식과 사람들의 삶을 소개했다. 음식에 담긴 역사와 노동, 가족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하는 모습은 배우 최불암에게 또 다른 친근함을 더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호탕한 웃음은 세대를 넘어 사랑받았다. 고개를 젖히며 웃던 특유의 웃음소리는 1990년대 '최불암 시리즈'라는 유머 문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민에게 웃음을 주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배우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삶에는 연기 이외의 발자취도 남아 있다. 최불암은 1992년 통일국민당 소속으로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으며,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과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 등을 맡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원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소년수형자의 사회 복귀와 재활을 돕는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이러한 공로는 여러 상과 훈장으로도 인정받았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과 연극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비롯해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가 남긴 작품과 활동을 돌아보면 최불암이라는 배우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했던 자리가 얼마나 넓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연기자가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상과 가족의 모습을 연기로 기록한 사람이었다.

요즘처럼 방송 콘텐츠가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대와 달리, 한 작품이 수십 년 동안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던 시절이 있었다. 최불암은 바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였다.

그가 연기한 아버지는 때로 엄격했고, 때로 무뚝뚝했지만 가족을 향한 책임과 사랑을 품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화면 속 김 회장을 보며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떠올렸고, 그의 연기에서 우리 사회가 기억하는 어른의 모습을 발견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을 기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이는 배우로서 남긴 업적뿐 아니라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나눔과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온 그의 삶을 함께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배우는 작품을 남기고 떠나지만, 좋은 연기는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에서 만났던 따뜻한 웃음까지. 최불암이 남긴 모습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배우, 우리 곁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최불암.

한국 대중문화의 큰 별 하나가 졌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연기와 따뜻한 발자취는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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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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