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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논란, 실화 영화가 넘어야 할 경계

2026-10-03 23:41 | 입력 :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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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개봉 이후 흥행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작품의 표현 방식과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태도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란을 정치적 진영 간 대립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영화 자체의 문제로 좁혀 보면, 결국 핵심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어디까지 영화적 상상력을 허용할 수 있는가.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의 의문점과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의 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부터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당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관객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당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가설을 극적인 장치로 활용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사건의 배후에 대한 의문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방식은 관객에게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특정한 가능성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한 뒤에는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설정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창작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감독 역시 사건의 진실을 새롭게 확정하는 영화가 아니라, 당시 사건에 남아 있는 의문을 따라가는 작품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이 지점에서 실화 기반 영화가 갖는 어려움이 드러난다.

관객은 영화 속 장면을 허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할 경우 영화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관객에게는 영화가 제시하는 장면과 실제 기록을 일일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일수록 제작진에게는 더욱 세밀한 기획과 연출이 요구된다.

‘암살자(들)’의 경우에도 논란의 책임을 정치적 입장이나 관객의 성향으로 돌리기보다는 왜 이러한 소재를 선택했고, 왜 특정한 의문과 가설을 영화의 핵심 장치로 활용했으며, 그것을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다큐멘터리와 달리 허구와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할 경우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제시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논란은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감독과 제작진이 선택한 기획과 연출 방식 자체를 놓고 평가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접근일 수 있다.

물론 영화가 역사적 사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잊혀진 의문을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 가운데 하나다.

다만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사이의 경계를 관객이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암살자(들)’이 개봉 이후 빠른 흥행세를 보이며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추석 연휴 기간 1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관객 평가 역시 플랫폼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창작의 자유가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감독과 제작진에게 어느 정도의 설명과 책임이 요구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정치적 논쟁을 잠시 내려놓고 영화라는 작품만 놓고 본다면, ‘암살자(들)’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질문은 특정 인물이나 진영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과, 영화적 해석이 실제 역사에 대한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번 논란은 그 경계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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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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