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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화재 순직 고(故)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사진-경기도) |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누군가는 위험을 피해 밖으로 나오지만, 누군가는 그 위험을 향해 안으로 들어간다. 연기와 불길이 번지는 현장에서 사람을 찾고,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 바로 소방관이다.
시민에게는 평범한 하루를 되찾는 일이지만, 소방관에게는 자신의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순간일 수 있다. 우리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구조 작업을 이어간다. 소방관의 헌신은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기 부천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면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과 책임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던 소방관이 정작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동료와 유가족뿐 아니라 그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모든 시민에게 깊은 슬픔을 남긴다.
소방관의 희생은 단순히 위험한 직업을 선택한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그들이 구조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험을 모두 없앨 수는 없더라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비와 인력, 현장 대응 체계는 사회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할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은 언제나 예측하기 어렵다. 건물 내부의 구조와 적재된 물질, 불길의 확산 속도에 따라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 겉으로는 작은 불처럼 보이더라도 내부에서 불길이 급격히 확대되거나 건축 구조물이 약해지면 구조대원 역시 심각한 위험에 놓인다. 이 때문에 신속한 출동만큼이나 정확한 현장 정보, 충분한 인력, 안전장비, 체계적인 지휘와 구조대원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시민을 구하기 위해서는 소방관 자신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구조 활동의 성과를 출동 속도나 구조 인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현장에 투입된 대원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확인하고, 상황이 악화할 경우 철수와 추가 지원을 판단할 수 있는 체계 역시 구조 활동의 중요한 일부다.
이번 순직을 계기로 돌아봐야 할 것은 소방관의 용기만이 아니다. 그 용기가 무모한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노후 소방차와 장비의 교체, 개인 보호장비의 충분한 보급, 현장 인력의 적정 배치, 반복적인 실전 훈련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문제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요인을 미리 발견하고 개선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도 필요하다.
소방관의 희생을 추모하는 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 영결식에서 고개를 숙이고 애도의 뜻을 전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추모의 마음이 행사와 추도사에만 머문다면 남겨진 동료들이 마주하는 위험은 달라지지 않는다. 순직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확인된 문제를 개선하며, 그 결과를 현장의 안전으로 연결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적 책임과 행정적 판단에 대한 평가는 필요한 절차와 근거를 바탕으로 별도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논쟁이 소방관의 희생 자체를 가리거나 정쟁의 소재로만 소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앞으로 또 다른 소방관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소방관은 특별한 영웅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가족이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이다. 퇴근 후 가족과 나눌 대화가 있고, 다시 돌아가야 할 집이 있으며, 내일의 삶을 이어갈 권리가 있다. 시민을 구하는 사명감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소방관에게 보내야 할 존경은 박수와 감사의 말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위험한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그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이 실질적인 존경이다. 시민 역시 소방관의 출동을 방해하지 않고 안전수칙을 지키며, 화재 위험을 줄이는 작은 실천으로 그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고 김진석 소방위의 희생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의 이름을 오래도록 추모하는 것과 함께, 그가 지키려 했던 생명의 가치를 우리 사회가 끝까지 지켜 나간다는 뜻이어야 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용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희생을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과 보호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의 생명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 이번 순직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무거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