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무대에서 테너의 목소리는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극적인 고음과 풍부한 성량이 요구되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표현력이 필요하지만, 한 사람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음악에서는 전혀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같은 성악가라도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전달되는 음악적 인상은 달라진다.
테너 최원혁이 오는 11월 14일 오후 7시 경기도 광주시문화예술의전당 맹사성홀에서 개최하는 리사이틀 ‘Dramatic Tenor Series II – Songs of Becoming’은 이러한 성악 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공연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최원혁이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드라마틱 테너 3부작 프로젝트의 두 번째 무대다. 지난 7월 11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첫 번째 공연 ‘Beginning’에 이어 성악가로서 축적해 온 음악적 경험과 작품에 대한 해석을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오페라 아리아에서 예술가곡으로…달라지는 음악적 접근
최원혁의 드라마틱 테너 3부작은 각 공연마다 서로 다른 음악적 주제를 설정해 성악가의 표현 영역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이다.
첫 번째 공연 ‘Beginning’에서는 낭만주의와 베리즈모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드라마틱 테너 특유의 성량과 극적인 표현력을 선보였다. 오페라 속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감정의 변화를 성악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무대였다.
반면 두 번째 공연 ‘Songs of Becoming’에서는 유럽 4개국의 예술가곡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오페라 아리아가 극적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면, 예술가곡은 시와 선율의 결합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사유, 내면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장르다.
특히 예술가곡에서는 가사의 언어적 특징과 선율의 흐름, 피아노 반주와 성악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성악가는 작품에 담긴 시적 정서를 이해하는 동시에 발음과 호흡, 음색의 변화를 통해 음악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이번 공연에서 최원혁은 드라마틱 테너가 지닌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예술가곡 특유의 서정성과 세밀한 감정 표현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페라 무대에서 보여준 극적인 음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성악적 역량을 드러내는 자리인 셈이다.
‘Songs of Becoming’,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음악으로
공연 제목인 ‘Songs of Becoming’에는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음악적 관심이 담겨 있다.
성악가에게 음악적 성장은 단순히 더 높은 음을 내거나 강한 소리를 구사하는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품의 배경과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악보에 기록된 음악적 요소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발전시키는 과정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예술가곡은 성악가의 해석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장르다. 동일한 선율이라도 가사를 전달하는 속도와 호흡의 길이, 음색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정서가 형성된다.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도 표현의 방향이 달라진다.
최원혁이 이번 리사이틀에서 선택한 유럽 4개국의 예술가곡은 각기 다른 언어와 음악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 관객들은 국가별 예술가곡의 표현 방식과 음악적 특징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첫 번째 무대와의 차이를 통해 최원혁의 음악적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앞선 공연이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극적인 성악 표현을 들려줬다면, 두 번째 공연에서는 시와 음악이 결합한 작품을 통해 감정의 미세한 변화와 내면의 정서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폴란드에서 쌓은 무대 경험…최원혁의 음악적 이력
테너 최원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사 및 전문사 과정을 졸업한 뒤 폴란드 국립 프레데리크 쇼팽 음악대학교에서 예술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서 성악의 기초와 전문적인 연주 역량을 쌓은 그는 유럽에서 학업과 무대 활동을 이어가며 음악적 경험을 넓혔다.
특히 폴란드에서 열린 제20회 ‘Wielki Turniej Tenorów’에서 1위와 특별상, 오케스트라상을 수상하며 연주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나의 콩쿠르에서 여러 상을 수상한 경력은 그의 음악 활동에서 주요한 이력으로 꼽힌다.
이후 폴란드 브로츠와프 오페라의 《Faust》 주역으로 데뷔하며 오페라 무대에서도 활동했다. 오페라는 독창적인 성악 표현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의 호흡,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무대에서의 연기까지 요구하는 종합예술이다.
최원혁이 경험한 유럽의 음악 교육과 오페라 무대는 이번 예술가곡 리사이틀을 이해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극적인 오페라 작품을 경험한 성악가가 비교적 절제된 표현을 요구하는 예술가곡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이번 공연의 주요 감상 요소다.
피아니스트 박유진과 호흡…성악과 피아노의 음악적 대화
이번 리사이틀에는 피아니스트 박유진이 함께한다. 예술감독은 황득희가 맡아 공연의 음악적 구성과 진행을 이끈다.
예술가곡에서 피아노는 단순히 성악의 선율을 뒷받침하는 반주 악기가 아니다. 작품에 따라 성악이 표현하지 않는 정서를 전달하거나 시의 배경과 분위기를 묘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로는 피아노의 전주가 작품의 정서를 먼저 제시하고, 성악이 끝난 뒤 이어지는 후주가 가사에 담긴 감정을 음악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사이의 호흡은 예술가곡 연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최원혁과 박유진은 이번 무대에서 성악과 피아노가 서로의 표현을 주고받는 예술가곡의 특징을 전달할 예정이다. 관객들은 테너의 음색뿐 아니라 피아노와 결합해 만들어지는 음악적 흐름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
2027년까지 이어지는 드라마틱 테너 3부작
최원혁의 이번 리사이틀은 개별 공연인 동시에 2027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다.
세 차례의 공연을 통해 서로 다른 음악적 주제와 작품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한 성악가가 작품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접할 수 있다.
첫 번째 공연 ‘Beginning’이 드라마틱 테너의 극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두 번째 공연 ‘Songs of Becoming’은 예술가곡을 통해 보다 내밀한 음악적 표현을 다룬다. 서로 다른 장르를 배치한 공연 구성은 최원혁의 성악적 특징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성악 공연을 꾸준히 감상해 온 관객에게는 오페라 아리아와 예술가곡의 차이를 직접 비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클래식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 역시 가사와 선율,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흐름을 따라가며 예술가곡의 특징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디온(DION MUSIC)이 주최·주관하고 롯데장학재단과 칸토리움(CANTORIUM)이 후원한다.
공연은 오는 11월 14일 오후 7시 경기도 광주시문화예술의전당 맹사성홀에서 진행되며, 인터미션을 포함한 전체 공연 시간은 약 90분이다. 티켓 예매는 NOL 티켓을 통해 가능하다.